방풍림 역할 나무일대 ‘벌목’
적석리 소나무, 자연재해 오롯이 받아야 하는 ‘상황 놓여’
인근 마을 주민, 지자체 관리소홀 ‘쓴소리’
[더퍼블릭=오홍지 기자] 지난 1996년 12월 30일 천연기념물(자연유산)로 지정받은 제383호 충북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 소나무’가 훼손 위기에 처했다.
연풍면 입석마을 고갯마루에 있는 이 소나무는 400여 년 전 입석마을 탄생 전부터 마을 입구를 지키던 나무다. 마을 동제를 지내던 국사당 소나무는 사라지고, 적석리 소나무만 남았다.
약 500년 정도로 추정하는 적석리 소나무는 높이 21.2m, 둘레 3.48m다. 보은군에 있는 속리산 정2품송과 비슷한 모습이다.
적석리 소나무 표지판에 따르면 입석마을과 인근 종산마을 주민은 ‘적석리 소나무’를 수호신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두 마을 수호신으로서 역할을 했던 소나무이기에 오랜 세월 조상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
문제는 이 같은 천연기념물(자연유산)인 ‘적석리 소나무’가 자연재해를 오롯이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여름철 장마와 태풍, 겨울철에 찬 바람을 막아주며, 방풍림 역할을 해주던 나무 일대가 최근 모두 벌목됐기 때문.
그러나 벌목한 토지는 특정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법적 제재를 가할 수도 없어서 지켜만 봐야 했다.
인근 마을 주민은 이 같은 상황에 놓인 ‘적석리 소나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덩달아 지자체 관리소홀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둘러본 결과, ‘적석리 소나무’를 설명하는 표지판은 조류 배설물로 가득해 냄새를 풍기고 있다. 비오는 날이면 배설물이 표지판에 흘러내리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상황이 계속해 반복하지만, 괴산군은 천연기념물(자연유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리 소홀함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더군다나 천연기념물(자연유산)을 방치하는 것은 자연특별시를 선포하며, 청정 자연친화도시를 강조한 괴산군 기조에 맞지 않는다.
괴산군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문화재 예산운영 ▲문화재 조사·지정·등록 ▲문화유적 지표·발굴조사 ▲지정·비지정 문화재 관리 ▲문화재(보호)구역 내 현상변경 ▲천연기념물 지정·보호관리 ▲문화재 주변 개발행위 검토 ▲전통사찰 관리 등 내용이 명시돼 있다.
군에서도 천연기념물에 대한 관리 감독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인근마을 주민은 “토지주가 나무를 모두 벌목하고, 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왜 밭으로 만든 지는 알 수 없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저러다 태풍이나 장마가 오면 우리 적석리 소나무는 훼손될 것이 뻔하다”면서 “괴산군에서 관심을 두고, 대책을 세워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 청천면에 있던 천연기념물(자연유산) 왕소나무처럼 만들지 말아야 한다”면서 “다가오는 장마철을 대비해 괴산군에서 제발 우리 적석리 소나무에 관심을 둬달라”고 호소했다.
군 관계자는 “벌목한 토지에 기존 뽕나무가 많았다. 토지주가 경작을 하려고 벌목한 것 같다. 적석리 소나무는 예전에도 벌목한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와 꾸준히 동풍을 맞고 있는 상태였다”면서 “문화재 주변 개발행위를 검토함에 있어서 건물을 세우거나 하는 등 역사문화환경 보존 구역으로 제한을 두는데, 토지주가 농사를 짖겠다고 하면 제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리 감독에 대해서는 “연간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자연유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체에 위탁해 관리 하고 있다. 전문가 자문도 받고 있다”라며 “지지대가 더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설치할 계획이고, 예방조치를 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14년 600여 년으로 추정된 천연기념물(자연유산) 제290호였던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왕소나무가 당시 ‘태풍 볼라벤’에 의한 강풍에 훼손됐다.
왕소나무는 고사해 문화재로서 가치를 상실하고, 2014년 12월 5일 천연기념물(자연유산)에서 해제됐다. 쓰러진 왕소나무는 보존 작업을 거쳐 2014년 12월 12일 고별 제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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