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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자 칼럼] 복제의 미학, 진짜보다 오래 남는 감동 ‘오츠카 국제 미술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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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자 칼럼] 복제의 미학, 진짜보다 오래 남는 감동 ‘오츠카 국제 미술관’

밝을명인 오기자 2026. 1. 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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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도쿠시마현 출장중에 나루토시에 있는 ‘오츠카 국제 미술관’을 다녀왔다.

한정된 주어진 시간과 볼거리가 많은 오츠카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던 것은 나름의 사색이 필요해서 였을까,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 잠시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미술관을 찾는 일은 늘 필자에게는 조심스러우며, 설레는 순간이다.

오츠카 미술관은 세계 명화의 ‘원본’을 소장하지 않는다. 대신 세라믹 판화로 재현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흔히 말해 ‘복제’인 셈이다. 미술의 가치가 진품성에 있다는 통념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 출발점부터가 낯설고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미술관은 불편함 보다 다른 질문으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감동은 진품이어야만 할까. 미술관을 둘러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츠카 미술관 동선은 지하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간다. 고대 벽화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사 흐름을 몸으로 통과하는 구조다.

복제 미술품을 보며 오를수록 시간은 현재 그대로지만, 필자와 관람객은 어느새 한 시대의 목격자가 된다. 그림을 그저 ‘본다’기보다는, 시대를 ‘지나온다’라는 감각이 더 정확하다고 할까.

1년 전 미국 출장길에 들렸던 뉴욕에 메트로폴리탄에서 봤던 진품과는 다른 복제된 미술품도 더러 있었지만, 인상 깊었던 순간은 진품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복제품 모나리자 앞에서 찾아왔다.

워낙 유명하기도,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한 작품이기도,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기도 한 세계 걸작 모나리자.

사진과 책, 영상으로 이미 수없이 접한 모나리자 미술품. 실제 크기와 비슷한 시선 높이로 재현된 작품 앞에 서보니 복제된 작품임에도 벅참과 감동으로 와닿았다.

그동안 많은 진품 명화를 봐왔지만, 정작 그 앞에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시선이었는지, 조금이라도 감동적인 순간은 있었을까. 그런 부분이 새삼 복제품 모나리자를 보며 깨달았다.

이 미술관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러도 제지받지 않는다. 아이들의 발소리와 관람객의 낮은 대화가 공간을 채우기도 한다. 엄숙함 대신 일상의 온도가 스며든다.

더러 작품을 만지는 사람도 있다. 제지하지 않는 분위기가 호기심을 오히려 해소 시킨다. 그 덕분에 그림은 박제된 대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 감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물론, 원작이 주는 아우라와 긴장감은 다르다. 그러나 이곳이 주는 감동은 또 다른 결이다. 원작이 ‘단 한 번의 만남’이라면, 이곳의 작품들은 반복 가능한 경험이다.

오츠카 미술관은 미술을 소수의 특권에서 끌어내려, 다수의 일상 속으로 옮겨놓았다. 그 선택이야말로 이 미술관의 가장 대담한 메시지다.

미술관을 나서며 다시 바다를 마주했을 때, 생각했다. 이곳에서 본 것은 명화보다, 명화를 대하는 필자의 마음가짐과 작품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의 방향이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에 마음을 내어주는가 하는 문제 인식이다.

오츠카 미술관은 진짜가 아니어도, 감동은 충분히 진짜일 수 있다. 그 말은, 여행을 마친 뒤에도 오래 남아 조용히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이번 필자의 새로운 풍경은 보는 일이 아니라 가치관을 다시 묻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루토시의 한 미술관에서, 그런 질문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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