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누군가로부터 걸려 온 전화 덕분에 사고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휴일이었던 그날 오후 1시 조금 넘은 시간, 조수석에 앉아 아내 자동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평소라면 아내 차를 타지 않고 내 차를 운전했을 터였다.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아내 차를 타고 싶었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선택이 하루의 운명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집을 나선 후 일 보던 와중 얼마 지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OOOO 번호 차주분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상대는 다시 1층에 주차된 자동차에서 가스 새는 소리가 나고, 냄새도 심하게 난다며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화 이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두 시간 뒤 또 다른 낯선 번호로 같은 내용의 전화가 왔다. 그제서야 사안의 무게가 달리 느껴졌다. 단순한 오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밀려왔다.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 1층 골목에 세워둔 차로 다가갔다. 다가가 보니 코끝을 찌르는 가스 냄새가 분명했다.
가까이 귀를 대자 확실히 바람 빠지는 것처럼 새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망설일 틈 없이 곧바로 자동차 보험사에 연락해 견인 서비스를 요청했다.
도착한 견인 기사는 공업사로 가져갈테니 평일 아침에 사고 접수 하라며, 견인해 갔다. 순간 안심했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뒤늦게 아찔했다. 만약 그 전화를 받지 못하고 평소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시동을 걸었더라면... 아니면 누군가 담배불을 끄지 않고, 근처 바닥에 던졌더라면...
차량 내부에서 발생하는 작은 스파크 불씨, 담배불 불씨 하나가 얼마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 미디어를 통해 무수히 많이 봤다. 순간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묘했다. 평소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습관이 있었지만, 그날은 1층에 세워뒀다. 만약, 지하주차장에 주차했더라면 가스는 빠져 나가지 못하고 주차장 안을 가득 메웠을 것이다.
더구나 바람도 유난히 많이 불었다. 덕분에 가스 냄새가 더 퍼졌고, 지나던 이들 코끝을 자극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모른 척해도 됐을 일이다. ‘괜히 전화했다가 번거로워질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같은 마음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줬다.
이 작은 행동이 주변의 피해와 필자 가족의 미래 혹은 생명을 지켜냈다.
우리는 종종 무관심을 합리화한다. 속으로는 내 일이 아니니까…. 라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엮이면 귀찮아 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는 그렇게 유지되지 않는다. 골목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 쓰러져 있는 자전거, 꺼지지 않은 담배불, 흔들리는 전선…. 그 모든 사소한 장면 앞에서 잠시 멈추는 사람들 덕분에 필자를 포함해 모두가 안전한 일상을 살아간다.
일상의 작은 배려는 때로는 구조 요청보다 빠르고, 소방차보다 먼저 도착한다. 낯선 이에게 건 한 통의 전화나 메시지, 그 용기와 관심이 만들어낸 조용한 기적이 일어난다.
필자는 두 사람의 이름도 모른 채 큰 빚을 졌다. 사전에 벌어질 수도 있을 일에 대해 방지할 수 있었다고 메시지를 남기며 고마움을 전했다.
작은 관심이라고 해서 절대 작지 않다. 그날의 나 처럼...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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