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의사입법담당관실 입법정책팀 의정지원관
‘탁탁... 탁.. 탁탁.. ’ 영화 ‘다음 소희’의 시작은 특성화고 애완동물반에 다니는 소희의 춤 연습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희는 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솔직한 성격으로 친구들의 든든한 어깨가 되어준다.
그런 소희가 반 최초로 대기업에 실습을 나간다. 어색한 화장과 옷차림이지만 멋진 사무직을 꿈꾸며 출근한 소희는 귀를 먹먹하게 하는 수십 명의 콜센터 상담 소리에 내심 놀랬지만 적응해 보려 한다.
소희가 배정받은 팀은 통신사 해지방어팀으로 고객의 욕과 고성, 성희롱이 난무한다. 실적 압박에도 상담원들을 든든히 지켜주던 팀장님은 어느날 실습생 임금 착취 등을 담은 투서 같은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팀장님의 죽음과 실적 압박, 아들이 죽었는데도 회선 해지를 못하게 할 수 밖에 없는 비양심적인 업무,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나오지 않는 인센티브까지 여러모로 소희를 지치게 만든다.
실습을 그만두고 싶지만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켜야 하는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는 책임감의 무게, 취업에 낙오된 학생이라는 낙인 등 아직 소희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에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영화의 절반은 소희의 이야기 나머지 절반은 소희의 사건을 파헤쳐 가는 형사 배두나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슈가된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5년 뒤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했다. 영화가 나오기까지 5년 동안 2017년 제주 음료 공장 실습생 사망 사고, 2021년 여수 요트 선착장 실습생 사망사고 등 실습생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영화에서 형사 배두나는 아이들을 살벌한 근로의 현장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다니며 마지막으로 교육청에 간다. 담당 장학사는 책임을 교육청에 돌리며, 이젠 교육청까지 갈 거냐고 여기서 그만하자는 식의 회유를 한다.
현실에선 어땠을까. 영화 개봉 전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관련 법안은 영화가 개봉 한 달 뒤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으로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는 국제노동기구에서 우리나라 현장실습 제도가 협약을 위반한다는 답변을 해왔다. 이것이 영화가 가진 힘일까.
영화의 결말은 시원하지 않다.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첫 장면에서 봤던 주인공의 춤추는 영상을 형사 배두나가 보고 있는 장면으로 보여준다.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감독은 결말에 대해 매듭 지어진 결론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블록버스터 영화 또는 상업영화의 공식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이 있고 거기에 따른 시원한 해소를 통해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느꼈을 갑갑함과 분노를 시원하게 풀어준다.
위기-해소 패턴을 가진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 우리는 전 우주적 위기에 빠진 지구나 현실에는 없는 이름의 행성을 구하겠다고 다짐하지 않는다.
또는 시간을 역행하며 현재의 일을 해결하겠다는 결단은 허망한 꿈일 뿐이다. 독립영화는 다르다. ‘다음 소희’처럼 해소의 몫을 관객에게 남겨준다. 마치 숙제를 안고 상영관에서 나가길 바라는 감독의 아주 의도된 마음이 보인다.
영화 후반부 쯤 소희의 춤 친구였던 태준은 실습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고, 쉬는 날에도 택배 일을 해야 했다.
이런 태준에게 형사 배두나는 김이 폴폴나는 따듯한 국밥을 사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사람다운 말을 남긴다.
영화에서 소희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아무런 제재도 없이 술을 자주 마셨다. 그동안 힘들었을 소희에게 그 독하고 쓴 술을 왜 마시냐고 한번이라도 물어봐 줬다면.
영화는 우리에게 주변의 다음 소희를 찾아 손을 내밀어 달라고, 현실이 마무리 짓지 못한 영화의 결말처럼 되지 않기를. 블록버스터 영화의 해피엔딩 같은 결말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김상은 의정지원관 약력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충북대학교 세종국가정책대학원 정책학 석사
▲중앙대학교 예술경영학과 석사수료
▲뉴욕주립대학교 플랫츠버그 스튜디오 아트 학사
▲현)충청북도의회 의정지원관
▲전)갤러리 디파트 대표
▲전)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선임
▲전)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원
▲전)뉴욕 주립 플랫츠버그 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더퍼블릭 / 오홍지 기자 dltmvks@naver.com
출처 : 더퍼블릭(https://www.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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