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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은 칼럼] 비로소 예술을 감상한다는 것

by 밝을명인 오기자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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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 의사입법담당관실 입법정책팀 의정지원관

가끔 미술관에 같이 가는 지인들이 작품을 보고 무슨 그림인지 모르겠다고 말할 때 필자는 본인이 느끼는 그대로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고 말하곤 했다.

사실 방대한 미술사를 설명하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필자도 잘 모르거나 혹여 알더라도 작가의 의도와 다를 수 있어 딱히 말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이젠 이런 상황이 익숙해질 만할 텐데 아직도 그런 질문을 받으면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 개인적으로는 한 때 미술 전공자였던 필자의 부족함으로 인한 부끄러움과 문화 분야에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직도 작품과 관람객 사이를 좁혀주지 못한 일말의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불편함을 줄여주는 존재가 바로 문화매개자인데 이들은 문화콘텐츠와 향유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둘을 연결해 주는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이론 중 가장 이상적인 소통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방법이 있다. 화자가 화자의 의도를 포함한 정보나 의사를 청자에 명확히 전달하고, 청자가 이를 공감하며, 태도를 형성하고 강화해 변화를 보이는 것인데, 문화매개자는 화자인 예술가와 청자인 향유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연해설가, 전시해설사, 평론가 등이 매개자가 될 수도 있고 문화예술 기관이나 단체 등이 직접 매개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매개자의 역할은 사람에게만 국한되지도 않는데 지난해 서울 두손갤러리에서 열렸던 탈북자 출신 화가 이혁의 거의 모든 작품 옆에 쓰여있던 텍스트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처음 그림을 마주했을 때는 매우 거칠고 어둡게만 느껴졌지만, 물감을 올리고, 다시 긁어내고, 닦아내는 과정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자책, 후회와 같은 감정을 대변하는 행위라는 그림 옆 작가 노트를 읽는 순간 작품에서 뜨거운 슬픔과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문화콘텐츠와 플랫폼의 발전, 예술과 기술의 융합, 생활문화의 확산 등 문화예술은 더 다양하고 광범위해졌고 이제는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날이 왔다.

하지만 문화예술 감상으로 얻을 수 있는 자아의 실현, 인간성의 회복 등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가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술 작품이나 공연이 유명해서가 아닌 창작자 또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최대한 완벽하게 향유자인 우리에게 매개자를 통해 전달되었을 때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킨다면 우리는 그때서야 비로소 예술을 감상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김상은 충북도의회 의사입법담당관실 입법정책팀 의정지원관 약력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충북대학교 세종국가정책대학원 정책학 석사
▲중앙대학교 예술경영학과 석사수료
▲뉴욕주립대학교 플랫츠버그 스튜디오 아트 학사

▲현)충청북도의회 의정지원관
▲전)갤러리 디파트 대표
▲전)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선임
▲전)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원
▲전)뉴욕 주립 플랫츠버그 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더퍼블릭 / 오홍지 기자 dltmvks@naver.com
출처 : 더퍼블릭(https://www.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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